'지리교사들 남미와 만나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함께 남미 답사를 다녀온 선생님들이 만든 책입니다. 저는 공저에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사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입장이지요. 지금도 이것 저것을 배우기에만도 벅찹니다.
▲ '지리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지평, 푸른길, 2005.11
우 리 지평 선생님들이 답사를 다녀온 몇 개월동안 다시 남미에 관한 글쓰기와 원고 검토를 통해 나온 책이 '지리교사들 남미와 만나다'입니다. 그때, 제가 원고를 썼지만, 들어가기 애매하고, 또한 모자라는 필력때문에 싣지 못한 글이 있는데, 그 글을 블로그에 옮겨볼까 합니다.
이 글의 시간적 배경은 남미 답사를 시작하였던 2005년 1월 7일의 인천-L.A 구간의 대한항공 기내입니다.
1부 - 커피와 와인에 대한 짧은 단상
2부 - 서로 다른 문화의 뿌리, 커피와 와인이 남미에서 꽃을 피우다.
서로 다른 문화의 뿌리, 커피와 와인이 남미에서 꽃을 피우다.
어 렸을 때 기억을 기준으로 삼자면, 그 쓰디쓴 커피를 하루에 한잔은 마신다. 그 씁쓸한 첫맛은 잊을 수 없지만, 그 달콤한 향기에 익숙해진지는 이미 오래다. 남아메리카 답사를 떠나면서, 부모님께 좋은 선물은 못 사와도 맛있고 향기로운 커피 한 봉지는 들고 오겠노라고 인사를 건네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남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에 갔고, 꼭 보고 싶었던 커피 농장을 찾아 상파울로 인근의 커피농장을 찾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 줄지어져 펼쳐진 짙은 녹색의 커피나무를 보았고, 내 발 아래서 커피나무를 품고 있는 붉은 테라록사 토양을 만지면서 내가 마시는 커피의 오늘날 고향은 이곳 브라질이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내 가 지구반대편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곳 남미에 도착했듯이, 이 커피나무도 저 먼 곳에서 왔음은 분명하다. 이 커피나무는 그 에티오피아에서 어떻게 흘러들어왔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한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간단히 말하면, 에티오피아의 야생커피가 북부아프리카나 중동지역으로 퍼져갔고, 동서 교류를 통해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남미가 유럽 제국주의 팽창의 희생양이 되면서 유럽인을 위한 상업적 커피재배가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남미의 상징 아이콘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커피는 결국 유럽인들의 문화와 자본이 남긴 하나의 흔적이다. 유럽인들의 종교, 기독교가 남미에 퍼져있는 것과 같이 그들이 가져온 이 커피는 남미 사람들에게 어떤 유럽의 문화를 가져다주었을지 내 눈으로 살펴보려 애를 쓴다.
나의 짧은 경험으로 유럽의 커피라는 주제를 떠올려 보았다. 자세히는 몰라도, 일상적으로 커피숍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메뉴 중에 비엔나커피(Wien coffee)가 있다. 이를 보면, 유럽 사람들 중에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커피를 꽤나 좋아했던 사람들인 것 같다. 오늘날 커피는 전 세계인이 찾는 가장 일반적인 음료가 되었지만, 커피 문화가 발달한 유럽의 많은 나라 중에 유독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에서 즐기던 커피가 전 세계 사람에게 소개된 연유는 무엇일까? 비엔나는 브라질만큼 커피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일까? 커피와 브라질의 오늘날의 역사를 알아가는 한 방법으로 커피와 비엔나를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학을 다닐 때, 배낭여행을 하고 온 몇몇 친구들이 들려주던 ‘비엔나커피’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엔나엔 비엔나커피가 없다’라는 것이다. 농담삼아 이태리엔 이태리 타올이 없는 것과 같다는 이유를 친절하게도 같이 해준다. 그리고 어떤 친구들은 비엔나에서 비엔나커피를 마셔봤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거리의 악사가 들려주는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한 비엔나 커피 맛이 일품이었다는 말을 보태어 자기 이야기가 믿으라는 그 말이 기억난다. 남미에 가기 전 내가 하루 한잔 이상씩 마시는 커피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나니, 그 상반된 이야기의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비엔나커피는 비엔나에서 만들어지고 유행한 약 30여종의 커피를 총칭하는 것이었다. 보통 우리가 비엔나커피라고 하는 크림이 들어간 커피는 아인 슈페너라고 불리는 것이고, 비엔나(오스트리아의 빈)에서 보다 비엔나 밖에서 비엔나커피가 더 유명해지자, 관광객을 위한 비엔나커피라는 메뉴를 준비하는 커피 하우스가 생겼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론이다.
이 처럼 유럽 커피의 대표명사라 할 수 있는 비엔나커피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에서 유행한 커피를 말한다. 유럽의 다른 곳보다 이 곳이 커피로 유명하게 된 이유는 역시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약 300여 년 전 오스만제국이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였고, 이 전쟁은 또 하나의 종교전쟁과 같은 성격을 띠었다. 즉, 오스트리아의 기독교 문명과 오스만제국의 이슬람 문명이 충돌한 것이다. 결과는 오스트리아가 오스만제국의 침략을 막아낸 것으로 일단락 된다. 그런데, 오스만 제국의 전사들이 전쟁 중 가지고 온 여러 전쟁 물자 중 하나인 다량의 커피를 오스트리아 빈에 남겨두고 돌아가게 된다. 남겨진 커피콩을 이용해 커피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오스트리아는 유럽 커피의 대명사가 된다. 즉, 오스만제국, 이슬람 문명에서 건너 온 것이 커피인 것이다.
현 대의 거대 자본과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커피의 결합이라 할 수 있는 스타벅스라던지, 네슬레와 같은 기업을 떠올리면, 커피에는 너무나도 서구적인 향기가 짙다. 그러나 커피의 맛과 문화의 고향은 유럽이 아닌 이슬람이다. 중동 지역의 커피 관목을 모태로 커피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었고, 이 커피 문화를 추구해 온 곳도 이슬람이었다. 흔히들 유럽문명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품이 커피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서양의 근대사를 보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커피 문화의 뿌리는 이슬람 문명이었다. 기독교 문명으로 대표되는 유럽은 이슬람의 문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 대표적인 커피의 생산지
Geographics of The Coffee Plant

▲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
World Map showing top 10 Wine Producer Countries
가 만히 보면 커피가 생산되는 세계 곳곳을 살펴봐도 유럽에서는 커피가 재배되지 않는다. 유럽인들은 역사 속에서 커피라는 문화를 무역과 교류를 통해 만났고, 그 커피의 맛과 향기, 효과 등에 열광하였다. 하지만, 결코 커피가 가지고 있는 그 문화의 근원은 유럽인들의 자생적인 문화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유럽을 대표할 수 있는 다른 음료를 떠올리라면 거의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지중해 일대에서 재배되는 포도를 원료로 하는 와인일 것이다.
과거 그리스와 로마는 포도주의 신 바쿠스를 숭배하기도 하였고, 로마제국은 그들의 영토를 확장하고 그 곳에 포도 재배를 장려하였다. 로마제국 이후에는 교회가 종교의식에 와인을 사용하면서 유럽의 문화는 포도주와 함께 성장하였다.
지 도에도 나타나듯이 유럽 문화의 손길이 닿은 곳에는 포도밭이 생기고 와인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 지구반대편의 칠레 역시 유럽인들의 손길이 닿아 포도밭이 조성되고 와인이 생산되었다. 정복자들과 함께 들어온 선교사들은 남미에서도 역시 와인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 옛날 로마 처럼 유럽인들의 영토가 확장되고, 그들의 종교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포도밭은 부수적으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기독교 문화와 함께 성장한 것이 와인이다. 그런데 이 즈음에서 와인과 커피의 특성을 비교해 보기 위해 와인을 좀 더 일반화 해보면, 와인은 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 문명과 형제 문명이지만, 현재의 모습으로는 원수처럼 지내는 이슬람 문명은 술을 못마시게 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문화의 명확한 특성을 와인하나로 표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와인의 허용과 와인의 금지는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두드러지는 차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즉 와인을 통해 감성적으로 풍부해진기독교 문명은 문화와 예술을 발달이 부각되었고, 엄격한 율법에 따라 와인을 금지시키고 냉철하면서도 정열적이고 침착한 생활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슬람 문명은 자연과학을 발달시켰다. 서로 다른 음료를 마셔온 서로 다른 문명은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유럽 문화가 동경하는 바쿠스에 대해 다분히 안티 바쿠스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마셨던 음료는 무엇일까? 이곳 남미에서는 그 해답이 바로 풀린다. 바로, 커피다. 기독교의 문화와 그 명맥을 같이 해온 와인이 있다면, 이러한 기독교 문명에 반한 이슬람의 와인 커피가 있었던 것이다. 커피의 별칭이 이슬람의 와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은 두뇌 활동을 자극하고 각성할 수 있는 커피를 신봉하여 마셨다. 우상 숭배를 하지 않고 지나친 이성의 활동을 강조한 그들이 유럽의 기독교 문화에 비해 음악과 미술과 같은 예술 부분의 발달이 두드러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슬람의 자연과학이 유럽의 근대문명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실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슬람의 커피가 유럽에 흘러들어가서는 폭발적인 커피 혁명인 두되 혁명이 일어난 후, 유럽의 과학이 급속히 발달하였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이다.
참 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 곳 남미에서 시간을 약 500년만 뒤로 돌려놓아도 커피와 와인은 있지도 않았던 상품들이다. 구대륙에서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서로 경쟁관계에 있던 두 음료인 커피와 와인이 이곳 남미에서 어우러져있다. 기독교 문화의 대표주자 와인과 이슬람의 대표 음료 커피는 그들의 인종이 자연스레 뒤썩여 살고 있듯이, 이 곳 남미에서 자연스레 썩여있다. 남미의 문화를 떠올리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유럽문화와 자생문화의 혼합이라는 하이브리드 문화였다. 하지만, 커피 한잔과 와인 한 모금에서는 이 세상의 거대한 두 문화의 만남을 찾아볼 수 있으니 과연 남미는 하이브리드 문화의 원류지역이다.
남미를 향하던 그 비행기 안에서 내 몸 속을 커피와 와인으로 뒤썩어버린 나는 남미 답사의 바른 자세를 가졌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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